물탱크를 만들어 놓고 일부러 비워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서울 건대입구역 옆 스타시티 지하에는 1,000톤짜리 공간 세 개가 나란히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설계부터 늘 비워두게 되어 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오히려 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라는 것,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빗물 하나가 어떻게 도시의 룰을 바꿨는지까지 연결됩니다.야구장이 사라지면 빗물은 어디로 가는가스타시티가 들어선 서울 광진구 자양동은 원래 대학교 야구장이었습니다. 한강 바로 위쪽, 비만 오면 장화 없이는 걷기 힘들었다는 낮은 땅이었죠. 그런데 이 자리에 58층짜리 주상복합 네 동, 1,000세대가 넘는 단지가 들어서기로 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건물만 바뀌는 게 아니었습니다. 비가 내린 뒤..
고층 아파트에 살수록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가 더 빠른 탈출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화재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건, 빠르게 대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엘리베이터가 위험한지, 이미 탑승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갇혔을 때 119 신고까지 상황별로 정리했습니다.화재 시 엘리베이터가 위험한 이유불이 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확히 왜인지 설명을 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위험하니까"로만 알고 있었는데, 제가 직접 관련 안전 교육을 들어보니 이유가 생각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가장 큰 문제는 승강로(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수직 통로)가 굴뚝 역할을..
저도 처음 집을 볼 때는 "남향이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여러 매물을 직접 발품 팔며 비교해보니, 방향 하나가 난방비, 습기, 심지어 가구 수명까지 바꿔놓는다는 걸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남향이 정답처럼 굳어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른 방향이 오히려 더 잘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조량부터 방향별 장단점,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방향 확인법까지 제가 직접 확인한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봤습니다.일조량이 집값과 체감 온도를 결정한다제가 처음으로 북향 집을 진지하게 들여다봤을 때, 가격이 같은 층 남향 대비 약 10~15% 낮게 형성된 걸 보고 솔직히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직접 들어가보니 한낮인데도 조명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웠고, 벽 ..
소파 옆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려고 손만 내려서 더듬다가 30초 넘게 헤맨 적이 있습니다. 분명 구멍이 있는데 플러그가 들어가질 않는 겁니다. 몸을 숙여서 보니 구멍이 45도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냥 넘겼던 이 구조에는 전기 화재와 감전을 막기 위한 꽤 촘촘한 공학적 논리가 담겨 있었습니다.접지극이란 무엇이고, 왜 플러그에 붙어 있는가전자제품의 코드 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부에 전선이 두 가닥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전원선 두 가닥 외에 접지선이 하나 더 들어 있습니다. 이 접지선이 연결되는 부분이 바로 플러그와 콘센트 테두리에 달린 은색 또는 금색의 금속 띠, 즉 접지극(Earth Terminal)입니다.접지극의 역할은 누설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여기서 누설전류란 전자기기 내부에서 의도..
집에서 갑자기 불이 꺼지면 가장 먼저 두꺼비집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저도 예전에는 내려간 차단기를 다시 올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차단기가 내려간 원인을 찾아보며 공부하며 원리를 파고들어 보니, 누전차단기(ELB)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한 장치였습니다.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진짜 이유, 작동 원리, 테스트 방법까지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풀어보겠습니다.두꺼비집, 올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셨나요?저도 예전엔 차단기가 내려가면 그냥 올리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누전차단기(ELB, Earth Leakage Breaker)의 원리를 배웠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원리로 감전과 화재를 막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여기서 EL..
솔직히 저는 입주 전까지 베이크아웃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몰랐습니다. 집을 새로 고치고 들어왔더니 비염이 터지고 아토피가 심해졌는데, 그때서야 "아, 이게 새집증후군이구나" 싶었습니다. 업체를 부를까도 했는데 40평 기준 최소 50만 원이라는 견적을 받고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셀프로 해도 충분히 효과를 봤습니다.새집증후군, 냄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입주 전 사전점검 때 집에 들렀다가 코가 찡해서 멈칫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새 집 냄새겠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단순한 냄새가 아니었습니다.새집증후군의 주범은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입니다. 포름알데히드란 벽지, 바닥재, 접착제 등 건축 자재에서 상온에 방출되는 무색 기체로, 장기 노출 시 ..
솔직히 저는 오래된 아파트가 왜 멀쩡해 보이는데 재건축을 하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30년이면 부서질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자꾸 부수는 걸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녹물이 나오고 겨울마다 전기 차단기(두꺼비집)가 내려가는 걸 겪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한국 아파트에는 구조적으로 수명을 짧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벽식구조, 태생부터 수명이 정해진 설계제가 처음 이사했던 1990년대 초반 아파트는 외관은 멀쩡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고치려고 인테리어 업체를 불렀더니 첫마디가 "이 벽은 못 건드려요"였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내력벽(耐力壁)이라는 거였습니다. 여기서 내력벽이란 건물 전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벽으로, 이걸 허물면..
솔직히 저도 수십 년을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한 번도 "왜 여기 거울이 있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당연한 풍경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이 닫히길 기다리다가 무심코 제 얼굴을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고서야, 이게 꽤 정교하게 설계된 장치라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는 170년 넘는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거울이 엘리베이터에 처음 달린 이유1853년, 미국의 OTIS사가 세계 최초로 상업용 승객 엘리베이터를 실용화했습니다(출처: OTIS 공식 홈페이지). 수직 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혁명이었고, 당시 고층 건물의 역사는 사실상 이 발명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런데 정작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가장 많이 쏟아진 불만이 "너무..
고작 23명이 태보(Taebo) 를 췄을 뿐인데 39층짜리 건물 전체가 위아래로 흔들렸습니다. 2011년 강변 테크노마트 진동 사건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건물이 흔들린다고 하면 지진이나 태풍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원인이 헬스장 단체 수업이라니요.테크노마트는 왜 흔들렸나 — 공진 현상의 배경2011년 7월 5일,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 39층 건물에서 정체불명의 진동이 약 10분간 이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건물 전체가 통제됐으며, 입주자들은 멀미에 가까운 불쾌감을 호소했습니다.처음 의심받은 것은 11층의 포디(4D) 영화관 좌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좌석을 아무리 작동시켜도 당시의 진동은 재현되지 않았고, 건물 골조에서도 구조적 손상은 발견..
솔직히 저는 스프링클러를 그냥 천장에 달린 ‘불이 나면 물을 뿌리는 장치’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화재감지기가 연기를 감지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단순한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동 원리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습니다. 천장에 보이는 작은 스프링클러 헤드 뒤에는 배관이 연결되어 있고, 알람밸브와 소방펌프 같은 여러 설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특히, 의외였던 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서 건물 안의 모든 스프링클러가 한꺼번에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프링클러는 어떻게 불이 난 것을 알고 작동하는 걸까요? 화재감지기가 신호를 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천장에 달린 작은 헤드가 스스로 반응하는 걸까요?오늘은 매일 우리 머리 위에 있지만..